
이 사례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산출물은 결과보고서가 아니라 과정제안서였습니다. 실제 운영이 시작되기 전, 어떤 학습자를 상정했고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을 어떤 교육 구조로 옮겼는지가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 문서는 단순한 행정 제출물이 아니라, 이후 일정표, 평가, 멘토링, 프로젝트 발표까지 이어지는 운영 문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위 이미지는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남은 스테이지 데모 아카이브입니다. 제안서 단계에서 잡은 결과물 중심 학습 흐름이 실제로 어떤 분위기의 산출물로 연결됐는지 보여주는 대표 장면으로 선택했습니다.
프로젝트 배경
2019년 당시 VR 교육은 체험형 수업이나 기능 소개형 강의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무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VR을 안다가 아니라 VR 기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역량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단순히 툴을 소개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습자가 VR 게임을 하나의 제작 파이프라인으로 이해하고 직접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제안서는 교육 홍보 문서가 아니라 설계 문서가 됩니다. 어떤 기술을 다룰지보다, 어떤 순서로 이해하고 어디에서 막히며, 어떤 단계를 거쳐 프로젝트 수준의 결과물에 도달하게 할지를 먼저 정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해결하려던 문제
제가 이 과정에서 풀고 싶었던 문제는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많은 교육이 기능 설명에는 충실하지만, 정작 학습자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었습니다. 엔진 기능을 배워도 그것이 기획, 인터랙션, 레벨 설계, 테스트, 발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이지 않으면 학습 경험은 단절됩니다.
그래서 제안서 단계부터 세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 실무형 학습 흐름을 따라갈 것
- 중간중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남을 것
- 후반부에는 개인 실습을 넘어 팀 단위 프로젝트와 발표로 이어질 것
핵심은 툴 사용법을 많이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제작 가능한 사람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었습니다.
제안서와 커리큘럼을 어떻게 나눴는가
이 작업에서 중요했던 점은 제안서와 커리큘럼 문서를 같은 내용의 반복으로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안서는 왜 이 과정이 필요한지, 어떤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며 어떤 역량을 목표로 하는지 설명하는 문서였습니다. 반면 커리큘럼 문서는 그 판단을 실제 수업 단위와 학습 단계로 번역하는 문서였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문서의 역할이 명확해졌습니다. 제안서는 외부를 설득하는 언어를 담당하고, 커리큘럼은 내부 운영팀이 같은 그림을 보게 만드는 언어를 담당했습니다. 설득 가능한 구조와 운영 가능한 구조를 분리해 정리한 덕분에, 이후 시간표와 평가 체계로 넘어갈 때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학습 흐름을 어떻게 설계했는가
과정은 처음부터 개념 이해 → 제작 실습 → 피드백 → 프로젝트 발표의 흐름으로 설계했습니다. 단순 입문 강의처럼 기능을 나열하는 대신, 학습자가 실제 제작 맥락 안에서 각 기능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흐름을 염두에 두고 커리큘럼을 구성했습니다.
- VR 게임 제작 맥락 이해
- 엔진과 인터랙션 기본기 습득
- 레벨과 장치 중심의 실습 반복
- 중간 결과물 점검과 피드백
- 프로젝트형 산출물 제작과 발표
이 설계의 장점은 학습자가 지금 왜 이 수업을 듣고 있는가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능 하나를 익힐 때마다 그것이 결국 어떤 결과물로 이어지는지 보이기 때문에, 학습 동선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나중에 남은 자료들을 다시 보면, 제안 단계에서 세운 기준이 실제 운영 문서로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이 보입니다. 일정표, 단계형 평가, 멘토링 기록, 프로젝트 발표, 데모 영상 아카이브는 서로 따로 생긴 산출물이 아니라 같은 설계 원칙을 세분화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이 점이 이 사례를 포트폴리오로 남길 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설계 문서가 문서 안에서만 그럴듯했던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의 기준이 되었고, 이후 결과물과 발표 자료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좋은 교육 기획은 예쁜 문장이 아니라 운영 가능한 구조로 증명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그 점을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이 경험이 이후 작업에 남긴 것
이 작업 이후에도 저는 교육을 설계할 때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어떤 학습자를 상정하는가, 무엇을 남기게 할 것인가, 강의가 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같은 질문입니다. 2020년대 이후 진행한 부트캠프, 대학 출강, 재직자 교육, 이러닝 제작에서도 결국 같은 원칙이 변형되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는 단순히 한 번의 제안서 작성 경험으로 보기보다, 이후 포트폴리오 전체의 시작점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기술 소개형 교육을 넘어서 결과물 중심 교육을 설계하려 했던 기준이 여기서 꽤 선명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